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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거, 지적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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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이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어떤가. “요즘 커피가게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거의 다 그렇게 말하던데 뭐.” 이러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므로 욕먹을 각오하고 한마디 보탠다. “주문은 고객이 하신 거 맞는데 커피는 나오신 것이 아니라 나온 게 맞죠.” 바쁜 아르바이트생에게 격려는 못할지언정 ‘지적질(계몽)’까지 하니 이건 좀 세상을 어렵게 사는 건 아닌지. 커피 ‘배급’받을 때마다 휴화산 같은 교사 본능으로 숨을 고르던 참에 ‘작은 외침 LOUD’ 운동이 시작됐다. 캠페인은 순수하고 끈질겨야 성공한다. 드디어 토종 커피음료 브랜드 업체들이 ‘사물 존칭 사용 안 하기 운동’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어법도 법이다”고 외치던 ‘나 같은’ 사람들은 시간 절약 혜택을 보게 됐다. 지적할 때는 표정과 소리가 중요하다. 야단치듯이 하면 반성은 없고 반발만 불러온다. 잔소리로 여겨지면 감정만 남고 교훈은 종적을 감춘다. 웃는 표정(비웃는 표정 절대 금지)으로 부드럽게 얘기해 주면 상대방은 대체로 고마워한다. 변화는 거기서 시작된다. 떠오르는 과거사 한 토막. 어느 유명 인사와 20년 넘게 호형호제하며 지내다 거의 10년째 연락 두절 상태다. 이유는? 오로지 ‘내 탓이오’다. 참을 수 없는 ‘교육 강박’이 화근이었다. 특강을 부탁할 때마다 기꺼이 와 줬는데 간간이 내가 지적을 한 것이다. 사람 좋은 그가 마침내 폭발했다. 강의 도중에 내가 살짝(?) 끼어들었는데 그게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분명히 좋은 뜻으로 한 건 그도 인정했지만 결과는 어긋났다. “내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로 시작된 언쟁이 “형은 늘 가르치려고만 해”로 마무리됐다. 그 후 서로 전화를 주고받지 않았다. 지금 이 글은 ‘바른 어법 전도사’의 해명서가 아니라 ‘밴댕이 속을 가진 교사’의 반성문이다. 습관은 바꾸기 힘들다. 내친김에 지적 한 가지를 추가해야겠다. 바른말 무시(무지) 현상이 요즘 예식장 안에서 확산되고 있다. 가끔 주례하러 갈 때마다 “주례사님이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젊은이들은 교사·목사·의사·변호사·주례사 이렇게 유추하는 거다. 한자교육이 아쉬운 지점이다. 허둥지둥 바쁜 직원을 ‘빨간 펜 선생님’은 그냥 놓아 주지 않는다. “덕담하는 사람은 그냥 주례라 부르고요, 주례사는 주례가 하는 덕담이랍니다.” 젊은 직원이 호의로 받아들였는지는 체크하지 못했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15.2.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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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
작성일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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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창의적인 사람은 이기적? 타인 위한 발상 더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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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오해 때문에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들도 창의적인 사람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팀워크를 해칠 것이 뻔하니 말이다. 과연 창의적인 사람들은 협동이나 관계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관심을 덜 쏟을까? 사실은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정반대일 수도 있다. 위스콘신대학 경영대 행동과학자인 에번 폴먼(Evan Polman) 교수는 이 점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실험 연구로 유명하다. 폴먼 교수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발상 전환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몇 가지 일을 시켜봤다. 예를 들면 옥탑에 갇혔을 때 탈출하는 문제라든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에일리언)를 만들어내는 것 등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과 여러모로 다른 ‘타인들을 위해’ 그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하게 한 뒤 일을 시켜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타인을 위한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발상 전환을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생산해내더라는 것이다.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남을 위한 일’을 할 때 왜 사람들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이유는 바로 일상과 고착에서 탈피하는 데 있다. 발상 전환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다. 그리고 이는 문제를 익숙한 방식이나 기존 관점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다른 무엇보다도 필요로 한다. 그러니 타인을 위한 관점을 가져보는 것은 그 벗어남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효과를 지니더라는 것이다. 익숙한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니 말이다. 실제로 많은 IT기업에서 나오는 혁신은 나 혹은 내 부서가 아닌 타인 혹은 타 부서를 위한 아이디어를 수용해 출발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일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현재 주어진 이해관계나 고정관념의 속박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익과 창의를 구분하고 창의적인 사람이 분위기, 더 나아가 조직 내 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사람은 가장 남을 위한 생각을 할 줄 아는 이타적인 사람들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이타심을 기르는 것은 한국 문화에서 더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잭 곤칼로(Jack Goncalo) 코넬대학 교수 연구진은 한국과 같이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에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라’며 대놓고 개인의 창의성을 강요하는 지시보다 ‘무언가 사람들이 요긴하게 쓸 만한 것을 만들라’고 하는 지시가 훨씬 더 창조적인 것을 잘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상생과 갈등의 수용이 필요한 우리 문화에서는 조직 내 구성원들이 서로를 위한 생각을 해줄 수 있게끔 해주는 리더의 지혜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수많은 국민이 그곳에 가서 보여준 모습에는 노력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별별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남을 위한 마음을 가질 때 창조와 혁신은 가속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2015.2.6 매일경제신문]
324
작성자
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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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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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습등대'를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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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대한 즐거움과 뜨거움 그리고 새로움과 어울림을 일구어 내는 ‘학습등대’가 화제다. 마을 곳곳이 배움터 학교가 되고, 주민들 스스로가 만들어 서로 서로 가르치고 서로 서로 배우는 학습의 등대, 너와 나를 잇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학습등대가 바다도 없는 마을에 속속 들어서고 있음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그랬다. 남양주는 바야흐로 마을이 온통 학습등대로 변신 중이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실과 회의실, 마을회관, 작은 도서관마저 속속 학습등대로 변신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언제나 원하는 배움을 만나고 있었다. 톡톡 튀는 살아있는 다양한 주민 맞춤형 학습프로그램들이 신나게 펼쳐지고 있었다. 온 마을이 학교로 화하는 거대한 신화가 이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학습등대는 마을 단위 유휴공간을 마을학습관으로 지정하고 주민참여형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성장을 일궈내어 도시 전체를 학습생태계로 조성하는 중심체다. 마을 주민 누구나 모르는 이가 없다. 그들은 아주 자랑스럽게 마치 학습등대 홍보대사라도 된 양 ‘1-2-3 학습등대’를 신나서 외친다. 1-2-3 이란 누구나 10분 내에 마을의 학습등대를 만날 수 있고 20분 내에는 주민자치센터 30분 내에는 도서관과 평생학습센터를 만날 수 있어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배움을 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을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못 설레이고 흥분스러워 하며 배움을 책 읽기를, 뭔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재능 기부와 지식의 공유를 즐긴다. 그리 크지 않은 이 곳에 2011년 처음으로 학습등대가 생겼다. 이후 어느새 2015년 현재 100개의 학습등대로 부쩍 성장했다. 시에서 전폭적 물심양면 지원을 한다. 80여명에 달하는 학습등대 매니저들이 물샐 틈 없는 밀착형 학습컨설팅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남양주의 학습등대는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많은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하러 이 곳을 찾는다.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이 자자하다. 2013년 중국 항저우와 베이징에서 열린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세계회의를 비롯하여 굵직한 세계적 학습도시 포럼과 모임에는 의례 한국의 학습등대가 수범 사례로 소개되곤 했다. 필자 또한 이들 유네스코 회의와 남미, 아프리카 그리고 서남아시아의 ‘한국을 배우자(Learn Korea)’ 운동과 관련하여 각종 기조강연을 다니면서 바로 이 사례 학습등대를 소개하여 관심의 대상으로 세계적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제 바로 그 곳 학습등대에서 학습등대를 일구고 지키는 사람들이 모여 ‘100인 시민원탁토론회’와 ‘학습등대 정상회담’이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관계자들이 벤치마킹 하러 몰려들어 들어설 틈 없이 수백명이 실내를 꽉 메웠다. 필자는 격려차 축사 한 마디 하러 들렀다가 그 곳에 모인 분들의 뜨거운 열정과 현장을 일구는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푸욱 빠져 들어 그만 끝까지 남아 학습등대 정상회담의 좌장까지 맡고야 말았다. 대단한 곳이었다. 현장을 일구는 이름 없는 평범한 마을 주민과 대표들, 학습등대 매니저와 시민강사들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생생하게 새롭게 배울 수 있었고 또 나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자성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그래 우리가 그리고 절실히 찾는 너무도 많은 ‘답’은 현장에 있었다. 수는 ‘넥스트’가 있는 학습마을이란 주제 하에 학습등대야말로 ‘미생’에서 ‘완생’으로 이끄는 화두임을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의 머물음이 아닌 ‘다음을 여는 주민들 스스로의 배움 운동 효시’임을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필자는 보았다. 소신껏 학습등대와 현재와 미래를 얘기하며 머리를 맞대었던 원탁토론에서의 마을주민들과 학습등대 매니저들의 그 진지한 살아있는 논의들이 바로 학습등대를 움직이는 빛이자 힘이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활하며 일구어 내는 풀뿌리 학습운동의 원형을 보는 듯 했다. 그 일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임하는 평범하지만 대단한 마을사람들 그리고 이름 없는 학습등대 현장의 학습매니저들,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그들 속에서 진정한 학습그루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역시나 내가 찾던 ‘답’은 바로 그 곳에 있었다. 역시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웠다. 최운실 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 [2015. 2.5 경기신문]
322
작성자
이솔
작성일
20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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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난 송씨 삼둥이 인사 잘하는 이유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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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TV 소리가 나야 집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언제부턴지 일요일 저녁이면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며 소동을 피운다. 배우 송일국씨의 세 아들 대한, 민국, 만세다.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을 유쾌하게 휘젓는 중이다. 송일국씨 하면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의 장면이다. 싱가포르에 사는 후배 가족이 잠시 서울에 와서 식당에 갔는데 저쪽에 한류스타가 앉아 있었다. 당시 ‘해신’ ‘주몽’으로 날리던 송일국씨였다. 선배를 PD 출신이라고 소개한 터라 아이들은 ‘사진까진 못 찍더라도 사인 정도는 받아줄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곤란한 지경에 맞닥뜨린 나는 사뿐히 말을 돌렸다. “식당에선 알아도 모른 척해주는 게 예절이란다.” 계산을 하려는데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대스타가 걸어와 정중히 인사를 하고 안부까지 묻는 것이다. 얼떨결에 반가움을 표했고 나는 드디어 출신성분(?)을 ‘인증’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궁금증이 더해 갔다. ‘어떻게 알아보고 인사를 했지?’ 의문이 곧 풀렸다. ‘일밤’을 연출할 때 그가 아마추어로 출연한 적이 있었던 거다. 당시 ‘스타패밀리’라는 코너가 있었다. 말하자면 ‘우정의 무대’ 속의 ‘그리운 어머니’ 스핀오프(파생작품)였다. 다수의 들러리가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를 외치면 출연한 패널들이 진짜 아들을 가려내 맞히는 구성이었다. 지금은 국회의원인 탤런트 김을동씨의 아들 자격으로 그는 ‘유사아들’들 틈에 끼어 어설프게 데뷔(?) 신고식을 한 셈이다. 인연은 그게 전부였다. 후에 그는 정식 연기자가 됐고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나랑은 더 만날 계기가 없었다. 내가 학교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20년 후 비상하게 나를 기억해 냈고 결과적으로 ‘위기’의 순간에서 나를 구해낸 거였다. 동심에 실망감을 안 남긴 게(실은 내가 체면 안 구긴 게)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지. 간사한 게 인간이라고 그날 이후 나는 송일국씨의 홍보맨이 되었다. 기회만 생기면 그를 칭찬한다. 인사 한마디의 효능은 대단하다. 인생이 짧다는데 솔직히 인기는 그보다 훨씬 짧다. 7월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희한한 법이 시행된다는데 인성이란 결국 인간성이고 인사성 아닐까. 화면 속에서 삼둥이가 인사 잘하는 걸 보며 ‘저건 꾸민 게 아닐 거야’라는 믿음이 새록새록 커간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15.2.2 중앙일보]
320
작성자
이솔
작성일
2015-02-02
2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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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칼럼] 설득했다고 믿는 리더 vs 소통도 못했다는 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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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리더들이 폴로어들을 설득해 일심동체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대부분 리더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그런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한다. 그런데 웬걸? 폴로어들은 자신들의 리더들이 설득은커녕 소통도 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 왜 이런 극단적 불일치가 일어나는 것일까? 아마도 리더는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자기 자신이 맞다고 스스로 확신하는 과정을 밟은 것에 불과한 것 아닐까? 스페인 마드리드 아우토노마대학의 재치 넘치는 심리학자인 파블로 브리뇰(PABLO BRINOL) 교수는 바로 그 점을 냉정하게 꼬집는 실험 연구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연구 예 하나를 들어보자.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두 그룹 모두 당연히 ‘등록금 인하’에 강하게 찬성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등록금 인하’는 그들이 찬성하는 주장이다. 그런데 A그룹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내려야 하는 이유를 ‘타인을 설득’한다고 상상하면서 이유를 열거하도록 했다. 반면 B그룹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내려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킨다고 상상하면서 적도록 했다. 이후 두 그룹 모두에게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서 하나를 보여줬다. 결과는 A그룹이 훨씬 더 긍정적이고 강한 동의를 보였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 실험이다. 이번에는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는 안을 설득해야 한다. 당연히 그들의 원래 주장에 반하는 생각이다. 이제는 정반대 결과가 일어났다. 자기 자신을 납득시킨다고 상상하면서 주장을 만들어낸 학생들이 타인에게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면서 같은 일을 한 학생들보다 ‘등록금 인상 제안서’에 더 긍정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자 이제 이 결과가 왜 중요한지 한번 알아보자. 가장 중요한 본질은 그 후속 연구에 있다. 이번에는 타인을 좀 더 세분화해봤다. 여기에는 어떤 주장에 대해 나와 원래부터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동일 주장 집단)도 있지만 이 주장과는 무관한 다른 측면(정치적 입장 혹은 장애인 정책 등)에서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유사 성향 집단)도 있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동일 주장 집단을 설득하는 일을 했을 때보다 유사 성향 집단을 설득하는 일을 하고 난 뒤 자기 확신이 훨씬 더 크게 증가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리더들이 바보는 아니다. 그러니 자신과 주장이 똑같은 사람들을 다시금 설득하는 불필요한 일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은연중에 자신과 비슷하지만 그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은 성향의 사람들을 설득해놓고 스스로 자신의 주장이나 계획에 대한 확신을 높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돌아보면 이런 리더들은 정말 많다. 당연히 평소에 부담 없이 어울리기에는 ‘다소 불편’한 사람들이다. 리더라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사람들을 설득의 과정에서 배제해 나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결과는 대부분 ‘과대한 자기 확신’으로 이어질 뿐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2015.1.30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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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솔
작성일
201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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